예산변경이나 추경확보하지 않고 신속 매입 추진
매입후 주민반대 이유로 동물보호센터 설치 포기
시의회, 검토없이 추경승인, 견제·감시기능 포기
윤준병 의원, 페이스북에 ‘적절치 않은 것’ 밝혀
자료상 담당자 실수로 볼 수 없어 책임논란 증폭

정읍시가 동물보호센터 설치를 위해 지난 6월 북면 장례식장을 매입하고 같은 달 30일 매입대금을 지불했지만 9월 제2차 추경에서야 관련 예산을 편성해 잘못된 예산 집행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본지 630일자, 728일자, 811일자 보도 참조)

정읍시의회 제267회 임시회에서 91일 추경예산안이 상정되고 9일 경제산업위원회(위원장 정상철), 1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직무대행 이익규), 14일 본회의(의장 조상중)가 진행되는 동안 일체의 질의나 반대 의견이 없이 일사천리로 무사통과돼 집행부와 의회 간 사전협의가 있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6월 공유물 취득 심의에서는 다수 의원이 매입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만큼 국비가 포함된 시설비 예산에 대한 변경절차를 밟지 않았고, 별도예산을 추가확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매입비가 집행된 후에야 추경에 상정된 안을 통과시킨 것은 의회가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농업기술센터 이완옥 소장은 6월 장례식장 매입 건에 대한 공유물 제안 설명에서 동물보호센터사업은 정읍시 북면 태곡리 600번지의4 일원에 국비 6억원, 시비 295천만원 등 총사업비 355천만원입니다. 시설물로는 동물보호시설과 관리시설, 동물병원 및 기타 부대시설 등이 설치될 예정이고 재원은 2020년에 국비 6억원, 시비 14억원, 2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였으나 당해연도에 부지확보가 어려워 명시이월하였으며 토지 및 건물 매입비는 금년도에 시비 155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입니다.’라고 예산내역을 밝히고 매입비로 155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윤준병 국회의원도 페이스북 게시글에 달린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이자 동학시정감시단 대표 최은희 씨의 댓글에 대한 17일 답변에서 지방재정법 [2021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의하면 시설비에 토지매입비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시설비 항목의 예산으로 건물 및 토지매입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농식품부의 [2020년 반려동물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사업비에서 토지구입 및 건물매입비 지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지침을 위반한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현금이 부족할 때 연내에 융통하는 것쯤으로 판단해 추경으로 기집행 국비자금을 확보해 충당한 자금집행은 적절치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내부적인 반성과 점검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곽재욱 축산과장은 기자에게 예산 상정과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으로 일관했다. 매입이후 7월에 업무를 맡아 경위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전제했지만 국비가 포함된 반려동물산업 육성사업에 따른 사업비가 시설비로 사업비 20억중 국비 6억은 전용 불가능하지만 시비인 14억은 전용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용에 대해서는 시장에게 보고하고 의회와 사전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

2020년도 반려동물산업육성사업시행지침(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토지 구입비, 건물의 매입, 시설물 유지관리비 등은 동 반려동물산업육성사업의 예산으로 신청 불가함을 명시해 20억원으로 토지나 건물을 매입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유진섭 시장은 매입한 장례식장은 주민들의 반대로 동물보호센터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고, 용도전환을 검토하는 과정이므로 14억원이 전용가능하다면 굳이 매입비 155천만원 전액을 추경으로 편성할 필요는 없고 15천만원만 추경에 넣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15천만원에 대한 예산 확보가 필요해서 155천만원을 추경에 올렸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 전액 추경편성 이유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국비가 포함된 사업비를 채워 넣어야 해서 전액을 편성했다는 것. 어떤 경우든지 시비 초과분 15천만원에 대한 예산 확보 없이 지급한 것은 잘못된 업무처리였다고 인정했다.

또한 매입당시 예산확보 절차 없이 매입비용을 집행한 것에 대해서는 시급성을 이유로 들었다.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상태라 시급하게 예산을 집행해야했고, 국비가 포함된 시설비를 올해 사용 못하면 반납해야하므로 장례식장을 매입해야했다는 것. 하지만 장례식장이 매입대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경으로 알려졌고, 경매도 작년 2월에 개시돼 그동안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고, 저가낙찰로 손실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도자의 입장만 고려한 특혜성 결정이므로 시급성의 사유로는 설명되지 않고, 국비사용도 올해 안에는 동물보호센터 시설비로 사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155천만원을 추가편성한 사유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입절차가 진행되면 국비 사용도 1년 더 연장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절차에 있어서도 동물보호협의회 회의자료에서 장례식장 매입 전인 6(67) 회의자료에서 사업비 20억원(국비6, 시비14) / 부지·건물 매입비 제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금후 추진계획6월중 기존 명시이월된 사업예산(국비 6, 시비14) 활용으로 사업개요와 모순된 계획을 제시했다. 같은 날 의회에 제출된 동물보호센터 설치사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는 시설비와 구분해 토지·건물 매입비’ 155천만원을 산출했다. 14일 이어진 공유물매입 제안 설명에서도 이완옥 소장은 토지·건물 매입비’ 155천만원을 별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에서 무단 집행이 이루어져 갈팡질팡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매입 후인 721일자 동물보호협의회 회의자료에서 부지 및 건물 매입 완료했다고 했으나 사업개요에서는 여전히 사업비 20억원(국비6, 시비14) / 부지·건물 매입비 제외라고 나타나 부실한 업무처리와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축산과에서 작성한 9월 추경 설명서에는 2020년도 반려동물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에 의거 토지매입비, 건물매입비 등은 지원 불가(지자체 자체예산 확보)’를 추경 사유로 들고 있어 그간의 업무처리가 예산 없이 집행한 것으로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정상철 의원(경제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예산심사 승인과정에 대한 질의에 시설비를 전용하겠다는 사전협의가 없었고, 사용목적 변경을 위한 절차도 없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담당자에게 다시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에서 시급하다는 이유로 사전 주민설명회 등 동의절차도 밟지 않고, 예산확보 절차 없이 매입한 것은 경매진행 중인 소유자의 부동산을 저가낙찰에 앞서 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주기 위한 것으로 특혜제공이라는 지적에 달리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육성사업 지침에 의하면 주민반대, 부지재선정 등 민원방지 등을 위해 시·도별 자체기준을 마련하여 공모방식 등으로 사업대상 지구를 선정한 경우에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주민들 의견에 의하면 동의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보도된바 있다.

매입과 관련된 동물보호협의회 회의자료, 공유물관리계획안, 추경 설명서 등에 나타난 것과 같이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물론 담당 직원들은 전용이 불가능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예산집행에 대한 책임소재가 의문시되고 있으며, 그 배경이 무엇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의회도 견제와 감시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어 행정에서는 예산을 마음대로 쓰고 의회는 뒤처리나 해주는 필요 없는 기관에 불과하다며 사그라지지 않는 의회무용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유기동물 보호시설로 운영되는 동물보호센터에 20억 시설비는 과도하다는 주장이 많은 한편 장례식장 매입이 당초 사업계획과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의혹이 식지 않고 있어, 이제라도 사업계획을 철회해 국비를 반납하고, 해당 물건을 매각 처리한 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볼 때 355천만원 중 국비 6억원을 제외하고라도 동물보호시설 설치에 부족하지 않다는 것.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최은희 씨는 정읍시의회가 시장의 뜻대로 움직이는 시녀 시의원들의 집합소인지 아니면, 절차와 규정에 아예 무지한 깡통 시의원들의 진열대인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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